재미있는 게임이란 무엇일까?
나는 여러 회사를 거치며 게임 기획 일을 해왔다. PC MMORPG, PC MO 낚시 게임, 모바일 FPS 게임, 턴제 RPG 게임 등등.. 여러 게임의 다양한 기획을 해왔다. 아무래도 게임을 기획한다는 것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계획,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 정도로 취급받다 보니, 기획자로서 일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획자에게 던지는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는 직관에 의해 쉽게 던져지는 아이디어이다. 이를 깊게 생각하다보면, 논리적 사고 과정 속에서 이 아이디어들은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기획적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어 버려야 하는 아이디어가 되고 만다.
(생각에 관한 생각 독서 후기 참고)
특히 회사에서 기획 일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일'이다 보니, 누군가가 지불한 비용을 받고 대리 수행하는 하나의 업무가 된다. 필연적으로 기획자는 돈을 지불한 사람으로부터 '기획 일'을 잘 할 것에 대한 요구를 받게 되는데, 기획을 하는 행위는 그 행위만으로는 생각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고, 아직 가치를 창출하지 않은 어떤 실체 없는 무언가이기 때문에, 기획의 가치는 기획의 그 결과물로서 제작된 게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지(사람들이 기꺼이 자신의 돈을 지불하였는지)에 대한 수익으로 증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게임의 성공이라는 것이 운과, 재미만 있으면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들을 모아놓고 보면, 뛰어난 그래픽도, 복잡한 로직도 왠지 게임이 주는 재미와는 상관 관계가 없어 보인다. 몹시 쉬워보이면서도 단순한 진리처럼 느껴지는 이 이야기를 기획자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쉬운 이야기라면, 재미를 구현할만한 구체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기획자에게 재미 운운하는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게임이 뭔가요?' 라고 되물어보면, 대부분 제대로 대답해주지 못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재미? 그걸 찾는 것은 게임 기획자인 네 일이잖아?'.
과거 내가 개발에 참여한 게임들 중에는 손익 분기점도 넘지 못한 소위 망한 게임도 있었고, 그 회사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몇 년치 생계를 책임질 만큼의 수익을 창출한 게임도 있었다. 내가 개발한 게임들 중에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창의적인 시스템이 포함된 게임도 있었고, 게임의 핵심 성장 방식과 컨텐츠의 구성이 시중에 출시되어 흥행한 게임의 시스템을 쌍둥이마냥 베낀 게임도 있었으나, 그러한 부분들이 게임의 상업적인 성공 여부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
만약,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게임이 진실로 '재미있는 게임'의 기준이라면, 그 게임을 그대로 다시 출시하면 당연히 성공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왜 기존의 개발사들은 성공한 제품의 복제품을 다시 만들지 않는 것인가?
아트 리소스와 소스 코드도 그대로 있겠다. 출시한 게임은 상업적으로 성공했겠다. 왜 복제품을 다시 출시하지 않는 것인가? 재미있는, 성공한 게임의 공식이 존재한다면, 성공한 게임을 그대로 복제하여 팔면 되지 않겠는가?
실제로는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팔아 얻은 가치를 수치화한 돈이라는 개념을 주고 받으며, 자신에게 쓸모 있는 실제 물건과 교환을 하고 있다. 또, 교환 가치가 있는 물건의 생산자들은 완전히 기능이 동일한 동일한 복제품들을 추가 생산하고 있다.
생필품으로 생각하면 손톱깎이나 바가지 세숫대야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최신 휴대전화기, 자동차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으로 치면 장기나 바둑이 그러했고, 과거의 패키지 게임이 그러했다. 복제라는 것이 동일한 기능을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사람들은 이미 복제된 게임들을 제작하고 있다. 스팀 등의 온라인 마켓, 플랫폼 서비스에서 판매되는 디지털 다운로드 형태의 패키지 게임들도 엄밀히 따져보면 복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미 그 물건을 소유한 다음에는 그들에게 어떻게 물건을 판매해야 하는가?
완전히 동일하게 작동하는 물건을 또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누군가가 갖고 있던 물건이 낡아버려,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새 물건이 필요할 것이다. 또는, 전에 사용하던 물건보다 새로운 물건이 구매자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면, 그 물건은 구매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새 물건이 제공하는 가치가 이성에게 물질적 풍요를 과시(황금의, 보석이 둘러진 제품들)하여, 구매자의 번식 과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건, 에너지를 덜 써도 되는 새로운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건, 사용자가 이전에 겪지 못한 기쁨을 제공하는 것이건, 기존의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구매자는 물건의 비용으로 요구되는 돈의 가치와 저울질하여, 새 물건을 구매할 것이다.
새로 개발된 물건이 제공하는 가치가 기존의 물건이 제공하는 가치와 완전히 동일하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모두가 그 물건을 소유하고 있다면, 새로 만들었다고 한들 그 물건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리니지 라이크로 대표되는 악독한 BM으로 무장한 NC 소프트 출신 게임들의 연이은 흥행 실패와 그로 인한 2025년 현 시점의 주가의 하락은 아주 좋은 실 사례일 것이다.
사업 모델(BM = Business Model)과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고, 성공 방정식이 존재한다고 착각한 NC의 게임들은 어떤 게임을 플레이해도 리니지의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였으며, 대부분 실패의 길로 향했다.
위의 사례로 보았을 때, 재미라는 것이 별도로 정의하여 단정지을 수 있는 절대적인 어떤 무언가일까?
그런 것은 실제하지 않는다.
그것은 완전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과 동일한, 완벽에 대한 믿음이며, 허구적인 이상향일 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는 행위는 실재하며, 보다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음걸이가 내딛은 발자국은 반 이상향으로부터는 멀어져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인간에 대한 관찰, 생각은 늘 이어져야만 한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도파민, 세로토닌 등, 인간에게 쾌락과 행복감을 느끼도록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호르몬들과, 그와 관련한 정보들이 대중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인과를 이해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들도 이러한 정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것이 기업체이던 국가이건 간에 말이다.
추상적인 퍼즐 게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 세상은 인간이 보고 듣고 느끼는 현실의 패턴을 축약한 가상의 세상이며, 인간은 가상 세계 안에서 새로운 패턴을 해석했을 때의 안도감으로부터 오는 기쁨을 느낀다. 해석이 안되는 패턴은 예측되지 않으며, 불안이다. 불안함은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리고 패턴 속에 문제를 극복하며, 가치있는 것을 얻는다. 나는 모든 인간이 필요로하는 핵심적 가치는 크게 2가지로, 생존과 번식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여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한동안 생존과 종족 번식에 도움되는 것에 대한 요소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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