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리아 프로젝트는 2019년 3월경 미국에서 귀국한 나의 외가 쪽 사촌 형과 의기투합하여 2019년 5월에 내가 위플 게임즈를 퇴사하면서 제작을 시작한 PC 플랫폼의 SRPG 프로젝트이다.
다시 게임 업계로의 구직을 앞둔 현 시점에 프로젝트에서 있었던 일을 개발 후기로 남겨두고자 한다.
2019년 3월 경, 당시 나는 현업에서 게임 기획자 10년차에 접어들고 있었고, 사촌형은 게임 개발 쪽은 해본 적이 없었지만 프로그래머로서의 경력은 13년이 넘어서고 있었다. 둘 다, 제법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했기에 한번 쯤은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우리는 회사 일이 아닌, 스스로 돈을 벌어서 독립을 하자고 결정했다. 기획은 내가, 구현은 사촌형이 하고 리소스의 제작은 구매를 하거나 되는 사람이 제작하기로 하였다. 당시의 나는 서울에 위치한 2룸짜리 전세 집에 살고 있었고, 기반이 없던 사촌형에게 방을 하나 내주어, 함께 숙식을 하며 게임 개발을 하기로 했다.
예전부터 나는 인디 팀 운용에 많은 실패를 겪어본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팀 운용에 있어서 몇가지 대원칙을 정해놓고 작업을 하기로 하였다.
- 1. 각 개발 구성원들은 프로젝트에 대해 열정적이고, 애정을 가져야 한다.
- 2. 반짝하여 열심히 하는 것 보다 꾸준히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동종 업계의 다른 사람에 비해서도 게임을 많고, 다양히 하는 편이었고, 기획자로 업계에 오래 몸 담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으로 어지간한 장르의 게임은 다 재미있게 기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당시의 나는 1을 위해서 사촌형이 가장 선호하고 즐겨하는 게임 장르를 선택하고자 하였다. 사촌형은 게이머로서 지금은 크게 유행하지 않는 장르인 SRPG, Strategy Role Playing Game 한국어로는 전략 알피지를 선호하였다.
나는 SRPG 장르는 과거에 유행했던 게임이지만, 예전에는 대작의 부류에 속해있었고, 2인 규모로 제작하기에는 프로젝트의 덩치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당시 내 생각에는 1의 대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팀 구성원이 좋아하는 장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몇년 전, Slay The Spire 라는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당시 다양한 장르로 비슷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나는 로그 라이크(Rogue-Like), 로그 라이트(Rogue-Lite) 장르처럼 한정된 리소스를 조합하여 SRPG를 제작한다면, 두 사람이서도 충분히 RPG 장르 게임 제작이 가능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1의 대원칙을 실행할 계획을 세웠으니, 이제는 2의 대원칙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했다. 우리는 비록, 자취 방에서 게임 개발을 진행하기로 하였지만, 각자 업무 시간을 정해놓고 해당 시간을 지키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 아침 10시부터 업무 시작.
- 점심 시간은 12시부터 1시까지.
- 오후 7시에는 업무 종료.
- 주말은 쉰다.
그렇게 우리는 2년간 위의 일과를 지키며 개발을 이어갔다.
위의 대원칙들은 2년간 꽤나 잘 작동했다.
집이었지만 같은 장소에서 일을 하니 서로 의식하며 업무를 집중하여 진행하게 되었고, 휴식 시간을 통해 재충전을 하여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일의 진행이 조금 답답하고 때때로 늘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프로젝트 말기에는 오디션 대회나 퍼블리셔 미팅 등을 통해 크런치도 발생하긴 했지만, 구현쪽 일감 보다는 문서 정리나 동영상 등 홍보 목적의 일을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생각나는 것이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데드라인 목표를 부여하고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좀 더 있었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 개발기 > ROGUER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그리아 프로젝트 포스트모템 (5) - 랜섬웨어의 습격 (0) | 2025.02.22 |
---|---|
로그리아 프로젝트 포스트모템 (4) - 바이어 미팅 (0) | 2021.03.12 |
로그리아 프로젝트 포스트모템 (3) - 균일한 퀄리티, 비용 (0) | 2021.03.12 |
로그리아 프로젝트 포스트모템 (2) - 게임 설계 (0) | 2021.03.12 |
근황 (0) | 2019.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