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게임 플레이 소감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 영화와 같은 연출을 표방한 게임의 완전한 부활

양참치 2025. 3. 1. 10:00

1997년 일본의 버블 시대 후기에 일본의 게임 개발사 스퀘어에 의해 발매된 파이널 판타지 7(Final Fantasy Ⅶ) 은 플레이 스테이션의 황금기를 여는데 가장 크게 공헌한 게임이었다.

영화와 같은 연출과 몰입감 제공을 위한 컷 씬용 게임 에셋(왼쪽)과 인 게임 용 에셋(오른쪽)

당시 콘솔 게임기는 그 때 가격으로도 꽤 고가의 제품이었고, (당시의 콘솔 게임기의 가격은 요즘처럼 아이 있는 가정 집마다 하나씩 구비된 닌텐도 스위치보다 약 5 ~ 8배 정도나 되는 가치에 해당하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최신 콘솔 게임기를 가질 수 없었다. 내가 파이널 판타지 7을 접한 것은 이후 PC 게임으로 이식 된(영문 버전밖에 없었다.) 삼성 전자의 데모 버전을 플레이하였고, 그 즈음에는 이미, 다양한 게임들이 파이널 판타지의 그래픽 수준을 따라잡았기 때문에 내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못했었다.
그렇지만, 내가 파이널 판타지7의 명성에 대해 아예 모르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청소년기를 보내던 당시인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서점에는 다양한 게임 잡지들이 출판되어 있었고, 나는 게 중에서도 가장 정보가 알찼던 게임 잡지인 게임 라인(2025년 현 게이머즈)을 서점에서 훑어 보거나, 가끔은 직접 구입하곤 했다.

당시 구입했던 게임라인

나는 게임 씨디도, 게임 콘솔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이미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본어를 번역한 스토리를 들여다보며, 내가 플레이해보지 못한 게임의 컷씬을 상상하곤 했다.

1990년대 말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담은 암울한 스토리, 별의 운명을 위해 싸운다는 주제, 현대식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본식 정통 RPG, 클라우드와 세피로스의 관계, 에어리스의 이야기 등 주연급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스토리, 그리고 게임 잡지마다 포함되어 있던 화려한 포스터는 이 게임의 명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파이널 판타지 7이 추구하던 게임의 모토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연출력이 녹아든 게임이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으로부터 패전을 당한 일본의 복합적인 종속성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세계 최강국 미국의 영화 문화가 찬란했기 때문이었을까?
어쨌건 그 시도는 비디오 게임 역사상 전에 없던 형태의 규모와 연출이라는 결과로 남았고, 이 게임이 게임 업계의 전설로 남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금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컷 씬이지만, 1997년 이정도의 3D 게임 그래픽을 콘솔 게임기의 사양에서 만난다는 것은 게임계에서는 진실로 대단한 일이었다.
같은 해의 최신 게임 툼 레이더2의 그래픽을 보라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는 그런 게임이 있었지.. 하던 시기인 2015년 E3 게임 쇼에서 파이널 판타지 7이 제작중이라는 사실이 발표되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게임이 다시 제작 된다는 소식을 접한 서양인들의 반응을 보라. (유투브 링크).


우리는 과거에 성공했던 영화나, 만화, 문화 예술 작품들이 다시 제작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당시 이 게임이 추구하던 영화 같은 연출의 게임이라는 방향성을 잃지 않고 제작되었다.
과거 당시의 뛰어난 기술력, 화려한 그래픽은 현재에 와서 보면 보잘 것 없어 보이고 퇴색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꼈던 '감정'은 영원히 기억속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이 게임은 현재의 눈높이에서도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된 대단한 게임이다.

게임을 이미 플레이 했던 유저의 기준으로 그 때 느꼈던 아름다웠던 감정을 되살리기 위해 메인 스토리의 인상적인 장면들은 동일하게 제공하여 기존 팬들은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해주고, 당시의 불편했던 조작과 기술적 한계로 표현하지 못했던 장면 등은, 현대의 기술력으로 구현해냈다.

풋풋한 소년과 소녀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던 급수탑 이벤트는
이렇게 최신 그래픽으로 다시 탄생하게 되었다.

물론, 이 게임의 일관된 컨셉을 유지하기 위한 개발 비용은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났기에, 하나의 패키지로 출시되었던 게임(물론 CD 3장이라는 대형 볼륨으로 출시되었었지만)을 1막 2막 3막으로 나눠, 별도의 게임 패키지로 판매하게 되었다지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연출을 본 유저는 스퀘어 에닉스의 결정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몰입을 방해하는 단점 아닌 단점도 있다.
이것은 내가 일본인들이 제작한 게임이나 영화를 볼 때 느끼는 부분인데, 그들이 작품을 제작할 때, 그들의 창작물이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작품은 연극과 같아야한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한다. 역사적 전통과 풍습이 이어진 결과이겠으나, 대게 영화 속, 연기자들의 연기는 과장이 심하며, 1차원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는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누가 봐도 악당,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선인, 밑도 끝도 없는 다혈질)
과거 리소스 제작 비용과 기기 성능의 한계로 인해 데포르메 캐릭터들의 경우, 상황이나 감정에 따른 그래픽적인 표현을 표정이나 동작 등으로 전달할 수 없었기에, 감정 표현을 대표하는 이모티콘, 큰 몸짓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으나, 파이널 판타지 7에 등장하는 실사풍 캐릭터(비 현실적인 초 미형의 캐릭터이라고 해야할까)들의 움직임은 마치 초등학생들의 인형극을 보는 듯 하다.

데포르메 캐릭터들을 활용한 게임 마다의 황당한 장면에서 주로 등장하는 식은 땀 감정 표현
작중 인물들의 동작, 감정 표현은 꽤 과장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등장 인물들이 일관되게 과장된 움직임을 보이고, 과잉된 감정 표현을 보고 있노라면, 이쪽 세계는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 세계 속에 녹아들어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된다.
하지만, 영화 같은 연출에 충실한 게임이기에, 연출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배울 것이 많은 게임이다.
인물들의 배치와 카메라 구도, 등장 인물들간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한 인물의 씬 난입, 어느 하나 뺴 놓을 수 없이 대단하다.

각 등장인물들의 매치와, 플레이어의 주목, 안내를 위한 아이템 상자의 배치를 잘 담아낸 카메라 구도

정말로 미국적인 성격의 게임이 레드 데드 리뎀션2 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진실로 일본 문화 컨텐츠의 대표적인 특징을 잘 담아낸, 정수가 담긴 게임이라면 나는 당당히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시리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닌텐도의 게임들도 일본을 대표한다고 말은 할 수 있겠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닌텐도 사의 게임은 비디오 게임계의 조상님이자 바이블이라고 보는 입장이기에.. 이들 사이에서 논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한국적인 게임은 그럼 무엇이냐 라고 하였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게임이 리니지로 대표되는 점이 슬프긴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넥슨의 어둠의 전설, 바람의 나라, 마비노기 등으로 이어지는 게임이 주는 감성을 무척 좋아한다.
파이널 판타지 7이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듯 언젠가 나도 언젠가 그런 게임을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반응형